보은 더산외, 5살·7개월 아이와 다녀온 기록

보은 더산외, 5살·7개월 아이와 다녀온 기록

5살, 7개월 아이들과 경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 문제는 서울에서 경주까지 한 번에 내려가는 일이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몇 시간을 꼬박 차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작부터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아예 중간에 하루 쉬어가기로 했다. 우리가 숙소를 고를 때 중요하게 보는 건 늘 비슷하다. 개별 수영장이나 자쿠지가 있을 것, 예쁘고 감성 있을 것(ㅋㅋ), 그리고 깨끗할 것.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숙소를 찾기가 은근히 쉽지 않다. 거기에 이번에는 서울과 경주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었다.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놓고 서울과 경주 사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충주와 상주 사이에 있는 ‘보은’을 발견했다. 사실 보은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위치가 딱 중간쯤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보은 풀빌라’를 검색했고, 그때 발견한 곳이 더산외였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깨끗해 보였고, 무엇보다 사진 속 수영장에서 보이는 산 뷰가 너무 예뻤다. BBQ용 고기와 음식도 준비해주고 조식도 신청할 수 있었고, 우리가 예약할 당시에는 미온수 무료 이벤트까지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겐 매우 매우 끌림 포인트였다. 여행이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거의 일사천리로 예약해버렸다.ㅋㅋ

생각보다 더 정감 있었던 첫인상

초록초록한 산과 나무, 논과 밭을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애초에 주변 관광지는 전혀 알아보지 않았다. 여기서는 그냥 숙소 안에서만 지낼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조용한 자연에 둘러싸인 모습이 우리를 더 설레게 했다. 온라인으로 더산외를 봤을 때는 자연 속 풀빌라이면서도 조식이나 벨 서비스가 있는, 약간 호텔 같은 분위기를 상상했다. 그런데 실제로 와보니 그보다는 왠지 모르게 조금 더 정감 있는 느낌이었다. 도착하자 인상 좋은 직원분께서 짐을 직접 옮겨주셨다. 왕 캐리어 2개에 짐 가방 3~4개, 거기에 유팡까지 들고 간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도움이었다..!! 카페에서 체크인을 할 때 만난 분들은 중년 부부의 사장님들 같았는데, 웰컴티도 내어주시고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꽤 좋았다.

우리가 고른 객실은 C04

우리 부부는 한국 여행을 다닐 때 풀빌라나 스테이 형태의 숙소를 꽤 많이 가는 편이다. 그런데 숙소 하나를 정하고 나서도 또 시작되는 고민이 있다. 바로 어느 방을 고를 것인가. 은근 깨알 같은 디테일까지 따지는 부부라ㅋㅋ 객실별 후기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수고스러움까지 감수하고 고르는 편이다. 그런데 더산외는 신생 숙소라 그런지 객실별로 자세한 후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봐도 객실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확하게 감을 잡기는 어려웠다. 결국 우리가 대충 위치를 예상해보고 고른 객실은 C04. Courtyard Pool 타입 8개 중 중앙쯤에 위치한 방이었다. 직접 가서 보니 B01~B04, C01~C04의 Courtyard Pool 객실들은 특별히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같은 타입의 객실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쭉 늘어서 있어서, 수영장에서 나무와 산이 어떻게 보이느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특별히 ‘여기가 제일 좋은 방이다’ 싶은 객실은 없을 것 같았다. A01, A02는 아예 다른 타입이라 논외로 하고, 우리가 묵은 Courtyard Pool 객실은 기본적으로 복층형이다. 층고가 높아 시원한 느낌이 들고 침대가 2개라 4인이 머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1~2살 정도의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복층 계단이 조금 신경 쓰일 수도 있겠다. 우리 첫째 사랑이는 5살이라 이제 계단을 꽤 안정적으로 오르내렸고, 둘째 모아는 아직 7개월이라 혼자 어디론가 갈 수가 없어서ㅋㅋ 오히려 다행이었다. 인테리어나 침구, 소파, 가전제품, 어메니티 등은 크게 흠잡을 곳 없이 좋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1층의 모듈형 소파였다. 소파를 합치면 거의 침대처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라 우리 가족 네 명이 모두 1층에서 잘 수 있었다. 아직 우리 가족은 1층과 복층으로 둘씩 나뉘어 자는 것보다는 다 같이 자는 게 좋기 때문에ㅎㅎ 우리에게는 꽤 유용한 구조였다.

보은 더산외 아이 둘과 여행
더산외 도착해서 신난 7개월
더산외 복층 Courtyard Pool 타입

들어가자마자 수영장 직행

방에 들어가자마자 수영장을 본 사랑이는 매우 신이 났다. 아빠와 그대로 물놀이 직행.ㅎㅎ 나는 모아 이유식 시간이었기에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육아 모드로 들어갔다. 통창으로 수영장이 그대로 내다보여서 즐겁게 노는 부녀를 바라보며 방 안의 모녀는 “우리도 얼른 먹고 물놀이하자”며 열심히 냠냠~ 했다. 이유식에 후식 분유까지 모아의 식사를 모두 마치고 잠깐 소화 타임. 그리고 드디어 우리 7개월 아가도 예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엄마와 함께 언니랑 아빠가 있는 수영장으로 고고.ㅎㅎ 수영장 크기는 아이 둘이 있는 네 가족이 놀기에 충분했다. 물 깊이도 키 115cm 정도인 사랑이가 서 있을 수 있는 정도라, 수영을 좋아하는 사랑이는 가끔 튜브를 벗고 놀기도 했다. 미온수 온도도 딱 좋았다. 무엇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미온수가 무료였다는 점이 마음까지 더욱 따뜻하게 해주었다.^^ 두번째 갈 숙소에서는 미온수 비용만 10만 원을 내야 했기에 더욱더…ㅋㅋ 밤에도 수영장을 이용할 수는 있었겠지만 우리는 낮에 충분히 놀았다. 저녁을 먹고 나면 아이들 잘 시간이기도 했고, 밤이 되면 아무래도 벌레 이슈도 있을 것 같아 굳이 한 번 더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꺄… 수영장에서 바라보는 산 뷰는 정말 최고였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좋은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시간. 예쁜 딸 둘이랑 함께하는 여행이라니ㅠㅠ 이거시 진정한 행복이었다.

수영하기 전에 이유식 타임 모아
모자는 요리사 모자, 배는 귀요미 이유식 배
5사

5살, 7개월 아이들과 지내보니

복층은 예상대로 사랑이에게 최고의 놀이터가 됐다. 시도 때도 없이 오르락내리락.ㅋㅋ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아, 이제 정말 계단 정도는 문제없는 5살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아기와 지내기에도 필요한 건 웬만큼 갖춰져 있었다. 전기포트와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모아 이유식을 데우거나 분유를 먹이기도 편했다. 수건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아기의자나 아기침대는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 객실에 원래 없는 건지, 요청하면 준비해주시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아서 정확히 모르겠다. 우리는 튜브형 아기의자를 따로 가지고 갔고 모아도 원래 우리와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있어서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 1층 모듈형 소파도 아이들과 지내면서 꽤 유용했다. 모두 합치면 침대처럼 넓게 만들 수 있어서 사랑이와 아빠가 자기에도 충분했다. 결국 우리 가족은 모두 1층에서 함께 잤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재운 뒤 아무것도 못 하는 구조도 아니었다. 아이들이 자고 나서는 주방 테이블 쪽에서 우리 부부끼리 조용히 알코올 타임도 가질 수 있었다.ㅎㅎ

장 보지 않아도 됐던 BBQ와 조식

더산외는 오후 3시 입실, 오전 11시 퇴실이라 우리는 첫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을 숙소에서 먹었다. 두 끼 모두 더산외에서 해결했다. 저녁에는 BBQ 세트를 신청했고, 다음 날 아침에는 조식을 주문했다. BBQ 세트는 엄마, 아빠, 5살 아이 셋이 먹기에 충분했다. 혹시 부족할까 싶어 근처 마트에서 소고기를 따로 사오긴 했는데 결국 음식이 남았던 걸 보면 굳이 없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 편했던 건 따로 장을 볼 필요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여행지에서 BBQ를 해 먹으려고 하면 고기만 사면 끝나는 게 아니다. 양념이며 채소며 이것저것 필요한데, 여행 한 끼 먹자고 소량씩 사기도 참 애매하다. 더산외 BBQ 세트에는 된장찌개부터 버섯, 마늘, 쌈장 같은 것들까지 함께 준비되어 있어서 정말 편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먹은 조식도 만족스러웠다. 후기에서 본 것처럼 가격 대비 맛이 꽤 훌륭했다. 우리는 사랑이 것까지 총 3개를 주문했는데 아이가 먹기에는 양이 제법 많아서 결국 대부분 아빠가 드셨다는 후문.ㅋㅋ 풀빌라에 놀러 가면 다음 날 아침은 대충 컵라면이나 남은 음식으로 때우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따뜻한 조식을 바로 먹을 수 있으니 아이 먹이기도 좋았다. BBQ와 조식 모두 신청하길 잘했다.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펜션이나 풀빌라, 스테이 형태의 숙소들은 식기를 투숙객이 직접 설거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기는 문제 같긴 한데, 와인잔이나 전기포트의 청결 상태는 조금 아쉬웠다. 와인잔은 원래 깔끔하게 씻기 까다로운 식기이기도 하고, 전기포트도 보통은 커피나 컵라면 물을 끓이는 정도로 사용하니 내부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기 분유를 타야 하니 전기포트 안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아기와 여행하는 엄마들이라면 식기가 깨끗해 보여도 한 번 더 씻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테니 우리에게 큰 문제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어린 아기와 방문한다면 사용 전에 한 번 확인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벌레. 실내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지만 수영장이나 BBQ장 같은 외부 공간에는 자연 속 숙소라는 위치 특성상 어느 정도 있었다. 주로 귀여운(?) 축에 속하는 귀뚜라미 정도였다. 물론 나처럼 벌레 공포증이 매우 심한 사람에게는 이것도 나름의 빅 이벤트이긴 하다.ㅋㅋ 그래도 과거에 갔던 어떤 숙소들처럼 바선생님이나 돈선생님을 만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 곳은 나중에 숙소를 떠올리면 그것부터 생각나는데ㅋㅋ 적어도 더산외에는 그런 안 좋은 기억이 전혀 없다.

그래서, 다시 갈 거냐고 묻는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ㅎㅎ 사실 여행지를 고를 때는 되도록 안 가본 곳을 가보려고 하는 편이고, 보은이 우리 가족에게 자주 갈 만한 동선도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시 방문할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꿔서, “다시 가도 좋을 만큼 만족스러웠냐?”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YES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들과 장거리 여행을 갈 때 중간에서 하루 쉬어가는 것도 꽤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서울에서 보은까지는 우리 기준 약 2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아이들도 차에서 낮잠을 자면서 크게 찡찡거리지 않고 갈 수 있는 거리였고, 우리 역시 경주까지 한 번에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여유로웠다. 첫날부터 장거리 이동으로 모두 지쳐버리는 대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수영하고, 밥 먹고, 푹 쉬면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경주 가는 길에 하루 쉬어갈 곳’으로 선택했던 보은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여행에서 꽤 중요한 하루가 됐다. 수영장에서 바라보던 산 뷰가 워낙 좋았고, 객실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여행이 끝난 뒤 떠올려봤을 때 크게 안 좋았던 기억이 없는 숙소다. 그리고 여행을 모두 마치고 사랑이에게 물어봤다. “이번 여행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 사랑이의 대답은 의외로 보은이었다.ㅋㅋ 경주에서는 더 넓고 비싼 숙소에도 갔고, 더 오래 머물렀고, 불국사며 대릉원이며 여기저기 구경도 많이 했다. 그런데 사랑이에게는 여행 첫날 이곳에서 신나게 수영했던 기억과 복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놀았던 시간이 가장 좋게 남았나 보다. 우리에게는 경주로 가기 전 잠깐 쉬어가기 위해 선택한 1박이었는데, 사랑이에게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되었다. 그걸로 충분히 잘 고른 숙소였다.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