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터 콜 사울> 하워드 장면에 대한 감상

<베터 콜 사울> 하워드 장면에 대한 감상

부부 동시 육휴 중인 소중한 이 시간. 사랑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모아는 낮잠 자는 평화로운 시간에 넷플릭스를 보는 건 우리 부부의 낙이었다. 그러면서 꽤 많은 시리즈와 영화를 봤는데, 그중 단연 나에게 1등 작품은 <베터 콜 사울>이다. 인생 드라마 중 하나가 됐을 정도로 재미있게, 그리고 미친 듯이 봤다.ㅋㅋ 예전부터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항상 떠 있었지만 썸네일이 영 끌리지 않아 몇 번이고 무시했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그래, 한번 봐주마’ 하고 시작했다가 낮이고 밤이고 육아 모드가 아닌 시간엔 무조건 베콜사 ON!!!이었다. 시리즈가 꽤 길기도 하고, 지미와 킴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캐릭터가 매력 있고, 흥미로운 사건과 장면도 워낙 많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우리 부부가 가장 충격적으로 봤던 <베터 콜 사울> 하워드 장면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베터 콜 사울 하워드 장면을 본 뒤 적은 감상

지미와 킴은 왜 하워드를 그렇게까지 괴롭혔을까

시즌 6, 마지막 시즌에서 그 장면이 나오기까지 나는 언제부턴가 이런 의문을 가지고 보고 있었다. “아니, 왜 저렇게까지 하지?” 내가 응원하던 그 귀여운 커플 지미와 킴이 어느 순간부터 미친 사람들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유 있는 광기라면 난 완전 환영이다. 정말 납득이 되는 일련의 사건 때문에 복수심에 불타올라 미친 듯이 일을 벌이는 거라면 그냥 흥미롭게만 봤을 것 같다. 그런데 자꾸,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저 정도까지 해야 한다고?”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니, 머릿속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남편한테 입 밖으로 계속 말했던 것 같다.ㅋㅋ 그래서 혼자 심오하게 해석해보다가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아,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구나.” 그리고 그 재미가 지미와 킴이 만나 서로의 광기를 키우면서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하워드가 둘 앞에 등장하더니,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와다다 쏟아내는 거였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준 하워드

“나도 그게 궁금했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스스로 뭐라고 생각해? 어떤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해? ‘하워드는 밥맛이니 당해도 싸다’? 이유가 뭐야? 내가 척을 너무 자주 편들어서? 킴의 사무실을 빼앗고 서류를 검토하게 해서? 전부 다야? 난 아버지 힘으로 정상에 오르고 둘은 온갖 고생 다 해서? ‘하워드는 풍족한데 우린 아니야. 흠집을 살짝 내주자’? 무슨 권리로 나한테 이런 짓을 해?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쳐. 차에 볼링공을 던진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계획하고 조율했을 테니까. 몇 주 걸렸어? 혹시 수개월이야?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러니 말해봐, 왜 그랬어? 날 잿더미로 만들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다시 봐도 댕꿀맛 사이다 대사들이다… (입틀막) 그리고 끝이 아니다.

“그래, 난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으니 괜찮을 거야. 하지만 두 사람 다 전혀 아니지. 둘은 영혼이 없거든. 지미, 자네는 어쩔 수 없지. 척은 그걸 알았어. 태생이 그렇거든. 하지만 킴, 자네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전도유망한 사람으로 손꼽을 만했는데 이런 삶을 택하다니. 둘은 천생연분이야. 돈 때문인 줄 알았는데 이제 분명해졌어. 돈이 아니야. 재미로 한 거지. 흥분을 느끼려고. *레오폴드와 로엡 같은 소시오패스 커플이야. 사실인 거 알잖아. 인정할 용기가 없을 뿐이지. 본모습을 영원히 숨길 순 없어.”

촌철살인 멘트까지 다 쏟아내주시고는… 랄로 등장.

하워드의 죽음이 유독 잔인하게 느껴졌던 이유

베터 콜 사울 시즌6 하워드 죽음 직후 지미와 킴

이때 아마 이 둘 표정이 우리 부부 표정이었을 듯. 지미와 킴이 그래도 인간이긴 했는지, 이 둘이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였을지 몰입해보고 싶어서 이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었다. 아마 이때부터 둘은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킴의 경우, 대부분의 태도가 장난 같던 지미에 비해서는 그래도 인간미 있는(?) 사람이었기에 이 일을 계기로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거지?” 하는 현타를 제대로 맞았을 것 같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둘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오고.

가끔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악인’이더라도 왠지 모르게 그들의 입장이 되고, 그들을 합리화하고, 심지어 응원하며 보게 될 때가 있다. 나의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인 <너의 모든 것>에서도 그걸 겪었는데, <베터 콜 사울>에서도 어느 시점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그게 너무 과해져서 슬슬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제작진이 갑자기 “정신 차리세요, 시청자님들아ㅎㅎ” 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사로 직접 던져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반성(?)을 하기도 한다. (내가 왜 이 범죄자를 옹호했는가…ㅋㅋ) 아마 그게 이런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인 것 같다.

아무쪼록 ‘베터 콜 사울 하워드’를 검색하면 따라오는 키워드가 ‘베터 콜 사울 하워드 불쌍’이던데…ㅠㅠㅋㅋ 전 세계 베터 콜 사울 팬들에게 프로 불쌍러가 되신 하워드의 명복을 빌며. 그래도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 모두 다 하고 가셨기에 여한은 없기를…! 그리고 당신의 죽음을 보고 하루 종일 우울해했던 한국의 어떤 부부도 있었음을…!


레오폴드와 로엡(Leopold and Loeb)은 1924년 미국에서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14세 소년을 살해한 부유한 집안 출신의 두 청년이다. 뚜렷한 원한이나 금전적 목적보다 범행 자체의 스릴과 우월감이 동기였다는 점으로 악명 높다.

대사 인용: <베터 콜 사울> 시즌 6, 7화 / Netflix 한국어 자막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