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어쩌다 보니 유축으로 6개월 완모를 했다. 둘째를 낳으면서는 이번엔 꼭 직수를 해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어쩌다 보니 또 유축 수유를 하게 됐다. 둘째는 5개월 쯤부터 혼합으로 넘어갔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꽤 오랜 시간을 유축기와 함께 보냈다. 그러다 보니 병원용 유축기부터 웨어러블까지 이것저것 써봤고, 냉장고에는 늘 유축한 모유가 줄을 서 있었고, 외출할 때도 모유를 싸 들고 다녔다. 그리고 술도 마셨다.ㅋㅋ 전문가가 알려주는 모유수유 이야기는 아니고, 두 번의 유축수유를 하면서 내가 실제로 써보고 겪고, 궁금해서 찾아봤던 것들을 한 번 정리해본다.
1. 직접 써본 유축기들
첫째와 둘째를 유축으로 먹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유축기를 써봤다. 조리원과 병원에서 쓴 것부터 보건소에서 대여한 것, 직접 구매한 것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리뷰하기에는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지극히 개인적인 한 줄 평만 남겨본다.
| 유축기 | 한 줄 평 |
|---|---|
| ⭐ 메델라 심포니 | 내가 써본 전동 유축기 중 가장 부드러웠다. 그런데 유축은 또 잘 된다. 개인적으로 1위. |
| 메델라 락티나 | 처음 보고 외형에 약간 충격받음ㅋㅋ 소리도 꽤 크다. 그래도 메델라라 그런지 유축 자체는 잘 됐다. |
| 시밀레 S3 | 일반 전동 유축기 중에서는 가장 작고 아담했던 기억. 마사지 모드를 꽤 애용했고 유축도 잘 됐다. |
| 스펙트라 S2 | 보건소 대여 덕분인지 가장 흔하고 친근한 유축기. 나한테는 살짝 아프기도 했지만 유축은 잘 됐고, 가성비가 좋다고 느꼈다. |
| 아이마니 i2 Plus Pro | 웨어러블이라 처음엔 적응이 좀 필요했다. 일반 전동 유축기만큼 끝까지 비워지는 느낌은 덜했지만 생각보다 압력은 세다. 무엇보다 두 손이 자유롭다는 게 나중엔 정말 편했다. |
굳이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메델라 심포니가 제일 좋았다. 역시 비싼게 최곤가? 부드러운데 잘 나오는 느낌. 유축할 때 아픈 느낌도 제일 적었다. 다만 현실 육아에서는 아이마니의 핸즈프리가 정말 편했다. 일반 유축기는 한 번 시작하면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데, 웨어러블에 익숙해진 뒤에는 유축하면서 이것저것 할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별개로, 하카 실리콘 유축기는 무조건
전동 유축기와 비교할 제품은 아니지만 하카 실리콘 유축기는 개인적으로 무조건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쪽을 유축하고 있으면 반대쪽에서도 모유가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하카를 붙여두면 그냥 버려질 모유를 받아낼 수 있다. 그리고 외출할 때도 유용했다. 전동 유축기를 통째로 들고 나가기는 부담스러운데 혹시 유축해야 할 일이 생길 것 같다면 하카 하나 챙겨가는 건 별 부담이 없다. 주력 유축기로 쓸 물건은 아니지만, 내가 다시 유축수유를 한다고 해도 하카는 또 살 것 같다.
2. 모유 보관과 외출은 최대한 간단하게
나는 냉동모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첫째 때 몇 번 냉동해봤는데 해동하고 나면 특유의 냄새도 별로였고, 뭔가 찌꺼기처럼 보이는 것도 신경 쓰였다. 그래서 가능하면 유축한 모유는 냉장 보관하고 그 안에서 다 먹이는 쪽을 선호했다. 둘째 때는 아예 냉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보관 가능 시간은 알아두면 편하다. CDC의 2026년 기준으로 갓 유축한 모유는 25℃ 이하 실온에서 최대 4시간, 4℃ 이하 냉장고에서 최대 4일 보관할 수 있다. 냉동할 경우에는 6개월 이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최대 12개월까지 허용된다. 냉동했던 모유를 냉장고에서 해동했다면 완전히 녹은 시점부터 24시간 이내에 사용하고, 한 번 해동한 모유는 다시 냉동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유축수유하면서 은근 자주 궁금해지는 것. 아기가 먹다가 남긴 모유는 언제까지 먹여도 될까? CDC에서는 아기가 먹기를 끝낸 시점부터 2시간 이내에 다시 먹이고, 그 이후에는 버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것만 기억해둬도 웬만한 상황에서는 충분했다.
나는 모유를 데울 때도 그냥 따뜻한 물에 젖병째 넣어 중탕했다. 실제로 CDC에서도 밀봉된 모유 용기를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따뜻한 흐르는 물에 데우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전자레인지는 부분적으로 너무 뜨거워질 수 있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도 거창하게 이것저것 챙기지는 않았다. 작은 젖병에 먹을 만큼 모유를 담고 얼음 몇 개를 넣은 텀블러에 젖병째 넣어서 가지고 다녔다. 먹일 때가 되면 따뜻한 물을 받아서 젖병째 중탕.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짧게 외출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고, 공식적인 이동 보관법으로는 냉동 아이스팩을 넣은 보냉백에서 최대 24시간까지 보관하는 방법이 권장된다. 장시간 외출이라면 이쪽이 안전하다. 유축수유도 오래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 처음에는 모유 한 병 들고 나가는 것도 대단한 일처럼 느껴졌는데, 나중에는 최대한 짐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3. 술 좋아하는 엄마의 모유수유
아마 내가 모유수유하면서 제일 많이 검색했던 것 중 하나. 술 마시면 도대체 몇 시간 뒤에 모유 먹여도 되는가. 물론 모유수유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나는 술을 마셨다.ㅋㅋ 그래서 술을 마신 날에는 그냥 느낌으로 판단하기보다 얼마나 마셨는지와 몇 시간이 지났는지를 따졌다. CDC에 따르면 모유의 알코올 농도는 엄마의 혈중알코올 농도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 혈중알코올 농도가 떨어지면 모유의 알코올 농도도 함께 떨어진다. 가장 간단하게 기억할 수 있는 기준은 표준잔 1잔당 최소 2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 여기서 말하는 표준잔 1잔은 순수 알코올 약 14g으로 5% 맥주 약 355ml, 12% 와인 약 148ml 정도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맥주를 마셨느냐, 와인을 마셨느냐’보다는 결국 알코올을 얼마나 마셨느냐다. CDC에서는 일반적으로 알코올이 모유에서 검출될 수 있는 시간을 1잔은 약 2~3시간, 2잔은 4~5시간, 3잔은 6~8시간 정도로 설명한다. 물론 이건 딱 떨어지는 공식은 아니다. 마신 양과 속도, 음식과 함께 먹었는지, 엄마의 체중과 개인적인 알코올 대사 속도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 나도 궁금했던 것. 술 마시고 유축해서 버리면 알코올이 빨리 빠질까? 안 빠진다. 소위 말하는 ‘pump and dump’를 한다고 모유 속 알코올이 더 빨리 없어지는 건 아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 엄마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떨어져야 모유의 알코올 농도도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가볍게 마신 날에는 마신 양과 시간을 계산해서 충분히 기다렸고, 많이 마셨거나 계산하기 애매한 날에는 모유 알코올 테스트기도 사용했다. 쿠팡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테스트 스트립인데, 나는 특히 과음한 다음 날처럼 ‘시간상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진짜 괜찮나?’ 싶을 때 마지막 확인용으로 썼다. 물론 테스트기가 있으니 마음 놓고 마셔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어디까지나 충분히 시간이 지난 뒤 한 번 더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리고 술을 마신 뒤 원래 유축해야 할 시간이 됐거나 가슴이 너무 차서 불편하다면 유축 자체는 할 수 있다. 나도 필요하면 유축해서 버렸다. 알코올을 빨리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가슴을 위해서.ㅋㅋ
2026.09.18 추가
나같은 알콜러버 마미들을 위해 한 번 직접 만들어 본 모유 알코올 계산기 ↗
4. 잘 나오던 모유도 어느 순간 줄었다
첫째도 둘째도 처음에는 모유량이 부족한 편은 아니었다. 특히 둘째 때 초반에는 하루 700ml 정도는 거뜬했는데, 5개월쯤 되자 어느 순간 하루 총량이 200ml도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유축 횟수를 다시 늘려야 하나, 물을 덜 마셔서 그런가, 요즘 술을 마셔서 그런가.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미 유축 횟수도 많이 줄어 있었고, 둘째는 분유도 잘 먹고 있었다.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도 다가오고 있었다. 유축은 기본적으로 모유가 빠져나가는 횟수가 줄면 생산량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CDC 역시 유축만 하는 경우 아기가 모유를 먹는 빈도에 맞춰 유축하는 것이 모유량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열심히 유축해서 양을 늘리는 대신,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흐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이틀 동안 유축을 하지 않았는데 가슴이 아프지도 않았다. 며칠 만에 다시 유축해보니 나온 양은 40ml 정도. 그렇게 둘째의 모유수유는 생각보다 조용하게 끝났다.
5. 유축수유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직수 대신 유축해서 먹이면 편할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젖을 짜야 하고, 보관해야 하고, 먹일 때 다시 데워야 하고, 아기에게 먹이고 나면 젖병을 씻어야 하고, 거기에 유축기 부품까지 씻어야 한다. 어찌 보면 직수와 분유수유의 귀찮은 점을 적당히 섞어놓은 방법 같다.ㅋㅋ 그래도 나한테는 분명 장점이 있었다. 아기가 얼마나 먹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먹여줄 수도 있었다. 외출할 때 수유 장소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됐고, 무엇보다 직수가 잘되지 않아도 모유를 계속 먹일 수 있었다. 첫째 때 그렇게 유축완모를 해놓고도 둘째 때 또 유축기를 잡았던 걸 보면, 나한테는 그 단점보다 장점이 더 컸던 모양이다. 유축수유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완모를 끝까지 해야 성공인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직수가 잘 안 돼서 유축기를 알아보고 있거나, 냉장고에 모유병을 줄 세워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유축기를 씻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발견했다면. 나도 두 번 해봤고, 생각보다 할 만했다. 다만 유축한 모유를 엎었을 때는 좀 많이 슬프다.

유축완모맘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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