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이 자다가 대성통곡 — 야경증 이야기

5살 아이 자다가 대성통곡 — 야경증 이야기

어느날부턴가 사랑이가 자다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악몽을 꿨나, 더워서 잠을 설쳤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처음 생긴 건 둘째를 임신하고 거의 만삭이 되어가던 무렵이었다.

자다가 갑자기, 이유 없이 대성통곡을 했다

잠든 지 두세 시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너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냥 잠깐 칭얼거리거나 무서운 꿈을 꾸고 깬 정도의 울음이 아니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대성통곡을 했다. 눈은 거의 감고 있었고, 계속 이름을 부르고 정신을 차리라고 하면 그제야 눈을 뜨기도 했다. 엄마 아빠를 아예 못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안아주면 품에는 안겨 있었지만 이상한 건, 그래도 울음이 전혀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안아줘도 울고, 말을 걸어도 울고, 몸부림까지 쳤다. 처음에는 우리도 이게 뭔지 전혀 몰랐다. 악몽을 꾼 건가? 더워서 그런가? 목이 마른가? 화장실이 가고 싶은가? 물을 먹여보기도 하고, 화장실에 데려가 쉬를 시켜보기도 하고, 계속 말을 걸어 어떻게든 잠에서 깨워보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처음엔 우리도 어떻게든 깨워야 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때가 제일 힘들었다. 새벽에 아이는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울고,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남편은 어떻게든 아이를 깨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방에 불을 다 켜고 “사랑아, 정신 차려! 일어나 봐.” 하며 계속 깨우려고 했다. 그럴수록 아이는 더 심하게 울었다. 당시에는 우리 둘 다 야경증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다. 그저 자다가 갑자기 우는 아이를 보면 당연히 깨워서 달래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생각이 들었다. 이건 그냥 악몽이 아닌 것 같은데? 그때부터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당시의 나는 이런 식으로 검색했던 것 같다. ‘5살 아이 자다가 대성통곡’ 그렇게 처음 알게 된 단어가 ‘야경증’이었다.

악몽과는 조금 달랐던 야경증

야경증(수면 공포증)은 아이가 완전히 깨어난 상태에서 무서운 꿈 때문에 우는 악몽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잠든 상태에서 갑자기 울거나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을 치기도 한다. 부모가 말을 걸거나 달래도 잘 진정되지 않고, 억지로 깨우려고 하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주로 잠든 뒤 초반 몇 시간 안에 나타난다는 설명을 보고 놀랐다. 우리 아이도 거의 항상 잠든 지 2~3시간쯤 지나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번 시작하면 대략 10~20분 정도 계속됐다. 그리고 더 신기했던 건 그렇게 심각하게 울다가도 어느 순간 울음을 그치고 다시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다음 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똑같았고, 물어보면 기억도 못했다.

그 뒤로는 깨우려고 하지 않았다

야경증이라는 걸 알고 난 뒤부터 우리 대응도 조금 달라졌다. 무조건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안아줄 수 있으면 안아주고,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옆에서 기다렸다. 무언가를 해서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하기보다 그냥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물을 먹이는 것도, 화장실에 데려가는 것도, 어떻게든 잠을 깨우려고 하는 것도 우리 아이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다. 결국 매번 울음을 멈춘 건 시간이었다. 10분, 길면 20분 정도. 그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들었다.

기록해보니 두 달 동안 6번이었다

야경증 기록

언제부터인가 날짜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가 남겨둔 기록을 보면 올해 4월과 5월, 두 달 동안 총 6번의 야경증이 있었다. 기록하기 전에도 몇 번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날짜는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그 시기를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에게는 꽤 많은 변화가 한꺼번에 찾아왔던 때였다. 엄마 배가 점점 불러오더니 어느 날 동생이 태어났고, 늘 혼자 받던 엄마 아빠의 관심을 이제는 동생과 나눠야 했다. 거기에 어린이집까지 새로 옮겼다. 어른에게도 환경이 한꺼번에 바뀌면 스트레스인데, 다섯 살 아이에게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변화였을지도 모르겠다. 찾아보니 아이가 많이 피곤하거나 잠이 부족할 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면 패턴이 바뀌었을 때 야경증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당장 병원에 가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 초콜릿 때문인가 싶었던 날도 있었다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당시에는 별것을 다 의심했다. 그중 하나가 초콜릿이었다. 야경증에 대해 찾아보다가 저녁 시간의 카페인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을 봤고, 생각해보니 이상하게 초콜릿을 먹었던 날 야경증이 있었던 적도 몇 번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초콜릿이 원인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냥 그때의 나는 혹시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줄여보고 싶은 마음에 한동안 저녁에는 초콜릿도 조금 신경 썼다. 아이의 야경증을 몇 번 겪고 나면 정말 사소한 것까지 원인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기록된 야경증은 5월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지금 9월까지는 한 번도 없었다. 특별한 치료를 한 것도 아니고, 이것 때문에 약을 먹인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면 그 무렵에는 동생이 있는 생활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새 어린이집에서도 적응이 끝나가고 있었다. 물론 그것들이 정말 야경증의 원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 집에서는 아이 주변의 큰 변화들이 조금씩 일상이 되어갈 즈음, 야경증도 함께 사라졌다. 처음 겪었을 때는 한밤중에 우는 아이를 보며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몰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떻게든 깨우고, 어떻게든 울음을 멈추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이가 다치지 않게 곁에 있어주고, 억지로 깨우려고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우리 집 야경증에는 결국 시간이 약이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5살 아이 자다가 대성통곡’ 같은 검색어로 찾아온 부모가 있다면, 그 한밤중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조금은 안다. 우리도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물론 우리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너무 자주 반복되거나 아이가 다칠 정도로 심하다면 그냥 기다리기보다는 병원에 한번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 집의 경우에는 그렇게 몇 달을 지나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시 조용한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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